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지나간 이야기들-두번째

  • 길벗
  • 2004-09-30 20:46:14
  • hit1420
  • 211.54.53.22
처음에 우리 가족은 지금의 농장터로부터 약 12키로미터 떨어진 내촌면 물걸리로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남의 땅 한 귀퉁이를 얻어 임시로 집을 짓고(집이라고는 하지만 하우스로 지어 비바람만
가린 움막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내부는 제법 사람 사는 집처럼 꾸미려고 하였지만
남의 눈에 초라해 보일 것은 인지상정이었습니다) 그 땅 주인과 함께 5천 평 밭을 가꾸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그 땅 주인은 그 전에는 나와 서로 알지 못하던 사람으로 그 곳에 온 지 3년 쯤 되었고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이와 부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민들레'라는 잡지에 부인이
쓴 글을 보고 내가 전화를 걸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고 그 집에 방문을 하게 된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민들레' 잡지는 전에 알고 지내던 현 모라는 분이 발행하던 교육 관련
잡지로 대안교육과 홈스쿨링에 관한 주제를 주로 다루는 잡지였습니다.

아무튼 그 땅 주인의 권유도 있었고 무엇에 홀린 듯 그간 나의 오랜 귀농 생각은 누가 기름이라도
부은 듯 불이 활활 타올라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 해 겨울 저는 내 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드디어 귀농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 2월 어느 날 서울의 맑은 겨울 날 햇살이
눈에 가득 차오릅니다.

그 때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오래 고민해오던 문제였고 다만 마음의 결정 문제였는데
마침 자기 땅에 와서 집 짓고 함께 농사를 지어보자는 사람이 생겼으니 이거야말로
기회일 수가 있다는 점, 누가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겠느냐는 것도 있었고
또 내 땅을 사지 않고 한 2년 실습 겸 농사를 경험한 뒤에 터를 잡는 것도 여러가지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마지막으로 그때 제 나이가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어서 더 미루다가는
나이 들어 이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결국 2월에 결정하고 3월, 언땅 풀리기를 기다려 곧바로 비닐하우스 집을 후다닥 짓고
4월 6일 온 가족이 서울에서 이사짐을 인 채 이사를 하였습니다. 난방은 기름 보일러와
화목 보일러를 함께 연결하여 두었고 나무는 겨울이 오기 전 틈틈이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 허름한 비닐하우스 집인데도 인부를 일당을 주고 몇 일 썼고 또 여러 사람들이 손을 보태서
겨우 완성했습니다. 물론 저도 동분서주하였고 특히 보일러 설치와 여러 배관 연결을
제 손으로 직접 하였다는 것이 아주 뿌듯했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손이 부르트도록 스패너와 렌치로 풀고 조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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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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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교 2005-01-07
    흥미진진해 질 거 같아, 연이어 읽겠습니다. 길종각 선생 가족의 무궁무진 기쁨과 축복을 기원하며.
  • 우리아빠 2009-04-25
    안동으로 내려가신 우리 부모님도 첨엔 비닐하우스에 거주하셨죠^&^ 그때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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