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째 먹는 사과 - 길벗사과농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제목: 세월이 어찌 가는지...
이름: 길벗


등록일: 2020-06-17 09:58
조회수: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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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사과식초를 공급받고 있는 서울행복중심생협에서 지난 주에 사과식초(300ml) 312병을 주문해서 동네에 와있는 태국 노동자 부부의 손을 빌려 같이 작업을 했습니다.


지역업체에게 작업장 하부 에폭시 작업을 맡겼는데 하자가 생겨 두번이나 와서 덧칠을 하고 갔으나 여전히 공기방울이 올라오고 분화구 같은 자국이 남아 다시 와서 해결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35년 경력이라고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작업결과는 벌써 일주일 넘게 계속 손봐야 하는 일이 일어나고 기기들도 들여놓지 못하고 엉거주춤 이러고 있습니다.

정신 없이 5월이 가고 6월도 절반이 지난 지금 매년 겪는 가장 큰 사과농사일, 즉
열매솎기(적과작업) 때문에 여전히 바쁘다.
다행히 어찌어찌 2차 적과를 간신히 마무리 하고 이제 나무 상단부의 거리 적과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지어야 하는 사과쥬스 공장은 이제 설비 내역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이달 말이면 입찰을 붙일 예정이다. 겨우 건축 설계가 끝나고 토목 설계도 군청에
서류를 넣었다고 하니 7월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

그러나 각종 기계장치를 구입하는 일은 이 무지한 농사꾼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간 안산으로 평택으로 속초로 평창으로 심지어 밀양으로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돌아니다며 업체관계자와 또 납품업자를 만났으나 지난 20년간 촌에서 말 못하는 나무와 살아온 사람에게는 납품업자들은 모두가 다 사기꾼 아니면 그 비스름한 사람으로 보여서 큰 일이다.

이 기계 설비라는 것이 양산을 해서 파는 게 아니라(물론 게중에는 그런 업자도 있지만)
그때그때 주문해서 사양에 따라 만드는 일이라 그런지 부르는 게 값이고
어이없는 견적과 중구난방 견적이 마구 들어오니 어이가 없다.

작업장도 리모델링 해야 해서 지역(홍천) 업자를 불러서 시켰는데 이 일이 집 한 채를
다 짓는 일도 아니고 그저 리모델링이니 일감도 돈도 크지 않으니 당연히 지역에 있는
그것도 이런 쪼가리 일을 하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시켰는데 돈은 돈대로 받고 일 마감의
수준은 정말 수준 이하다.

누구 말마따나 실력있는 업자가 왜 이런 시골에 있겠냐 그네들은 다 돈 되는 서울에
몰려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 그러니 나도 눈만 높은 내 버릇을 고쳐야 한다.
다만 시골이라고 해서 인건비나 자재가 싼 것은 결코 아니다. 주는 돈 수준은 전국 평균인데
기술과 마감은 하질이니 그저 한탄만 나온다.

최소 춘천이나 원주에서 불러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들은 이런 쪼가리 일에 멀리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불평은 내 몫.

올해 사과쥬스와 더불어 애플시드르(사이더)도 개발해서 시제품을 내야 한다.
거기에 욕심을 더해서 탄산사과쥬스까지 더불어 하려고 했더니 일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기계와 기술을 알면 알수록 요구되는 돈은 커지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사이즈를 줄여야 하는데 그것도 단순히 규모만 줄인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아무튼
그동안 1차 산업인 농사만 짓고 살아와서 몰랐는데 제조가공하는 업체와 그 임직원들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번 달 안에는 기계를 확정하고 예산을 수립해야 하는데 매일 머리에 쥐가 난다.
중국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장비도 있고 그간 캐나다와 이태리 업체와 부족한 영어로
세일즈 담당자와 메일을 수차례 주고 받고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이 모든 일이 지난 5월과
이번 6월 중순 이제까지 한 달간 내가 과원에서 적과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겪어야 했던
일이다.

애플시드르(사이더)는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작년 2월에 내 돈을 들여 프랑스 노르망디와 또 그외 두 곳의 과수원과 매장을 다녀온 터라 소위 프렌치 사이더의 비법을 나는
알고 있고 미국 애플 사이더와 상업적 애플 사이더의 그 많은 첨가물 덩어리로 맛을 낸
사과맛 애플 사이더는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주 금요일 마침 코엑스에서 서울국제주류박람회를 다녀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평소의 절반 정도 업체만 등록해서 나왔다고 하는데 거기서 애플사이더의 바람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국내, 수입업체를 망라하고 이제 한국에서 이름도 몰랐던 애플사이더가
조만간 본격적인 장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업체마다 천차만별의 맛을 선보이고 있는데 자칫하면 그저 지나가는 미풍에
그칠 수도 있는 요소도 여러가지 인식하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내 생각대로 나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갈 것인데 내가 평소 주위에 누누히 얘기해온 바 술은 참으로 어려운
제조과정이 있고 장인정신이 없으면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능력은 바닥이고 주위에 도움을 받을 사람은 별로 없고 사과농사는
끝없이 할 일이 놓여져 있고 그러다보니 밤에 잠을 잘 못잔다. 이제껏 살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오는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사람들이 불면증 어쩌구 하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글도 사진도 그래서 잘 못올리고 하지만 진행되가는 일을 간간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 님들의 말없는 성원과 응원을 바랍니다.

       
치자꽃
정말 믿을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네요.
여러가지 일벌이신만큼 스트레스가 많으시겠어요
화이팅 하세요
2020-06-20
13: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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